[스포츠경향] 광주 새날학교, 다문화가정 위한 바둑교실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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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이 정말 재미있어요.”
지난 12일 광주시 광산구에 위치한 새날학교의 바둑교실 강의실에서는 연방 웃음꽃이 피어났다. 중국과 베트남 등 세계 14개국에서 모여든 아이들은 몇개월 전 알게 된 바둑판에 눈길을 꽂은 채 선생님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축인데도 상대편이 도망가고 있어요. 어느 쪽으로 막아야 하죠.”
“돌이 달아나는 쪽으로 막아요.”
광주에서 바둑을 보급하고 있는 오재관씨가 새날학교 바둑수업 도중 ‘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바둑에 입문하면 초급 과정에서 배우는 ‘축’을 바둑 선생님은 무슨 대단한 ‘비법’인 양 가르치는데, 이미 머리가 클 대로 큰 아이들이 정말 귀한 지식을 얻은 듯 우렁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참, 잘했어요”라는 선생님의 칭찬에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다시 바둑판에 눈길을 박았다.
국제결혼 가정의 자녀와 유학생, 외국인근로자, 새터민 자녀들이 한국인과 더불어 공동체적 삶을 살 수 있도록 지원·교육하기 위해 세워진 새날학교에서 ‘바둑’은 대단한 인기 과목이었다. 초등학생과 중·고등 학생 모두 바둑을 배우는 재미에 푹 빠져 있었다.
바둑을 배운 지 2개월밖에 안 됐다는 김영 학생(18·여)은 “한국말을 몰라도 배울 수 있고, 함께 두다 보면 누구와도 금방 친구가 되는 바둑은 참 재미있는 놀이”라며 “아빠와 엄마는 바둑을 못 두는데, 내가 얼른 배워서 가르쳐 드리고 함께 두고도 싶다”고 말했다.
학교 반응도 좋다. 이 학교에서 초등학생 일반 과목을 맡고 있는 신은정씨는 “여러 수업을 진행한 뒤 아이들의 얘기를 들으면 온통 바둑얘기뿐이다”며 “사실 나는 바둑에 문외한이지만 아이들은 무척 재미있나 보다”고 전했다. 신씨는 이어 “현재 바둑은 시범 과목이다. 하지만 아이들의 반응이 좋아 정규 과목으로의 편입을 검토해 볼 생각”이라며 “한국기원이나 국민체육진흥공단 등 관계기관들의 많은 도움을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기원의 한 관계자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의 후원을 받아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바둑을 보급하고 있는데 생각 밖으로 반응이 좋다. 요즘 말로 하면 ‘바둑은 다문화 스타일’이다”며 “말이 통하지 않아도 함께 즐길 수 있고, 과격하지 않아도 승부를 겨룰 수 있는 점이 여러 나라의 다양한 정서와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인기 비결을 분석했다
엄민용 기자
입력: 2012년 12월 17일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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