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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방신문 12월 4주:저버린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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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새날
댓글 0건 조회 2,276회 작성일 08-12-24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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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저버린 약속 
글쓴이:이천영 : 광주 새날학교 교장 사)외국인근로자문화센터
기사 게재일 : 2008.12.22 
 
 
최근에 ‘아버지의 유언’이라는 내용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내용인즉, 보육원에서 자란 남매가 장성해 아버지를 만났지만 화상으로 일그러진 모습에 질색하고 다시는 찾지 않았다. 몇 년 뒤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남매는 마지못해 장례식에 참석했다. 남매는 장례식장에서 화장하지 말아달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전해 들었지만 듣지 않았다. 남매는 화장한 다음 아버지가 생전에 사용하시던 물건들을 태우다가 우연히 한 권의 일기장을 발견했다.

그 일기장에는 아버지가 화재 때 남매를 구출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집에 불이 났을 때 아버지는 소방대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불 속으로 뛰어들어 어린 남매를 구하고 아내를 여의고 말았던 것이다.
이런 내용도 남겼다. “보고 싶은 내 아이들아, 미안하구나.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내가 죽거든 절대 화장은 하지 말아다오. 난 불이 싫단다. 불에 타는 무서운 꿈에 시달리며 30년을 넘게 살았구나.”

두 남매는 후회하며 통곡했지만 아버지는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글을 읽으면서 필자의 어머니가 생각났다. 왜냐하면 어릴 적 어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내가 늙고 병들어도 절대 양로원에는 보내지 말아달라고. 그런데 몇 달 전부터 어머니가 치매증상을 보이셨다. 그리고 집을 나가시는 일이 잦아졌다. 그리고 며칠씩 돌아오지 않아 애를 태웠다.  왜 자꾸만 집을 나가시냐며 이유를 묻자, ‘결혼도 하지 못하고 홀로 살다 알콜 중독자가 된 막내아들이 엄마를 부른다’는 것이다. 가슴에 묻어 둔 아픔이 생채기가 되어 병이 깊어지고 있었다.

가족들 또한 바쁜지라 어머니를 집에 모시고 지켜볼 수 없는 형편이었다. 가족들이 모여 회의한 결과, 집에서 보호하다가 길이라도 잃게 되어 영영 찾지 못하면 자식 된 도리로서 발 뻗고 잠잘 수 없다며, 노인 요양원에 모시자는 것이었다. 병원이 선택되었고, 입원하시던 날 어머니는 집을 나서려 하지 않았지만 산책을 가자며 설득하여 집을 나섰다. 하지만 병원을 보자 의자를 붙들고 내리려 하지 않았다. 억지로 내리려 하자  필자의 목을 끌어안고 “내가 너를 키우며 애간장이 녹았건만 이제 양로원에 보내느냐”며 울부짖으셨다. 입원 후에도 필자는 어머니를 멀리서만 바라봐야 했다. 날마다 집에 가겠다며 간호사를 힘들게 한단다.

늙는 것은 인생 최대의 불행이라고 한다. “늙고 병든 몸에는 눈 먼 새도 앉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결국 우리의 젊음도 머지않아 시들어 갈 것이다. 어릴 때 늘 들었던 어머니의 말씀을 저버린 것 때문인지 요즈음은 마음이 편치 않을 때가 많다.

아침 눈을 뜰 때, 걷거나 운전할 때도, 잠자리에 들 때도 문득 문득 가슴이 철렁해진다. 아마도 요양원에 모셔둔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리라. “이를 어찌 할까?”아무래도 조금은 힘들지라도, 어머니를 집으로 모셔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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